9월은 일 년의 아홉 살이다
반바지를 입었고 정강이 만큼 자랐다
혹서를 견디면서 비대면 마스크를 썼지만
만나야 할 초순과 삭제할 하순이 치료의 대부분이었다
낫지 않는 기억이 한 배낭이었다
무거운 건 어깨 뿐만이 아니었다
가슴이 젖어서 하순까지 두 손이 내려왔다
추석 근처의 논두렁으로 가야 할 갈음 걸이와
중순에 닿는 발가락 열 개가 모두 시큰 거렸다
병충해 보다 회복이 느린 수해를 첨벙첨벙
아홉 살의 원두막에 없던 바나나가 바지 밑에서 불쑥 자랐다
여덟 살의 이별과 일곱 살의 갑작스런 키스
역순으로 완성 되어가는 성장 속에서
주저앉은 납골당의 정오는 눈이부셨다
울지 말라는 열매가 울긋불긋했다
9월의 아홉 살은 속으로 물드는 가을을 배낭에서 꺼낸다
첫 페이지가 마스크의 수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