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 뒤란에 장독들이 다소곳이 모여 앉은 장독대. 할머니로부터 어머니를 거쳐 맏형수로 이어지는 장독대 가는 길에는 그녀들의 발자국이 지문처럼 묻어 있다. 나는 그 장독 안의 되장과 고추장 그리고 간장을 먹으며 자랐다. 오형제들과 숨바꼭질 할 때 숨는 장소가 되었고, 울 밑에 닭의장풀, 애기똥풀꽃 필 때, 혼자서 찾아낸 사금파리로 토종닭처럼 울밑의 흙을 파곤했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 정착하고부터 장독대는 고향의 아이콘이 되었고, 이콘화(icon畵) 그리듯 장독대를 유화(oil painting)로 파스텔畵(pastel painting) 로 그렸다. 주방 벽에 걸어 놓고, 유년 시절의 장맛이 주방 음식에 스미어 들기라도 하듯 식사를 할 때는 간을 더하듯 바라보곤 한다. 고향의 맛이 묻어난다. 오래 전에 뒤란을 떠나신 할머니와 어머니의 체취가 묻어난다. 고향 집을 지키는 형수의 손맛이 들어 있다. 영원한 고향의 맛의 아이콘...장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