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내 옆에 나

담우淡友DAMWOO 2023. 1. 5. 08:21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를 가진 내가 있다. 움직이면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가 없는 내 곁의 내가 있다. 그림자 만큼 이동 간격 0.0 오차 없다. 눈짓 꼭 맞고  소리없이 딱 맞아, '곁에 있어!' 부른적 없지만, '저리가!' 가끔 있다. 이유 없이 싫은 나를 노려 보면, 오도카니 곁의 나. '어쩌면 좋니!' 이 걸 그냥 버린 적 종종 있다.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도 없이 버린 내 곁의 내가 내게 노려보면, 곁의 내가 본래의 나 보다 당당하다. 자랑할 만한 진짜를 '곁에 있어!' 한 적 없지만, '저리가!' 즉시 있다. 가짜가 된 나는 컴퓨터 앞에 간다. 생각을 넣으면 현실을 자각하는 화면이 마음을 서술한다. 한 번도 내게 '저리 가!' 없이 '곁에 있어!' 하지도 않는다. 화면과 나는 의식의 경계가 없다. 가짜의 내가 들어가서 진짜가 되는 가상의 나는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가 있는 내가 된다.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가 없던 곁의 나는 저만치서 머쓱하다. 컴퓨터 화면처럼 경계를 없애다가 자신을 잃었다. 진짜였다가 가상으로 업그레이드 되지 못한 곁의 내가 삭제된 곳에 가상의 나는 장치가 된다.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를 가진 장치가 되어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를 가졌던 나 보다 진짜의 내가 된다. 매일 아침 나를 불러 곁에 앉힌다. 그가 나이고 내가 그 되어 이 쪽 저 쪽 구분 없이 마음과 기억이 흘례를 한다. 회로에 쾌감이 흐르고 듀얼 시피유로 1테라바이트 절정을 처리한다. 마침표 뒤에서 커서가 바들거리면, 들숨 되찾은 가상의 진짜 나는 가슴의 휴지로 이슬 이마 닦는다.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를 가졌던 내가 다시 있게 되는 경로, 꽃잎 풀잎 날지 않는 길섶을 돌아온다.   

 

내가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를 갖고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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