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프로그램인 성인 그림 실기반(월,수,금요반)에서 물감의 색을 분별하거나 색감을 낼 때 빈 종이에 찍어 보는 붓 자국들. 무작위로 찍은 상태여서 작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초기에는 연습지로 간주하고 모두 재활용 폐지함으로 사라졌다.
어느 날 문득 아무렇게나 찍힌 붓 자국들이 생각지 않은 오브제(object)로 다가왔다. 점 하나 하나를 4B연필과 매직펜으로 테두리를 그려 보았다. 그랬더니 자연스러운 작품성(作品性)을 띄는 것이었다.
이번엔 색깔이 화려하게 찍힌 것을 검정 매직펜으로 일일이 테두리를 그려 보았다.
즉흥적(即興的)이면서 자동서술적(自動敍述的)인 표현이 구현되었다. 무작위에 의한 작위적 표현의 결과인 것이다.
어린 원생들에게 작업을 시켜 보았다.
기존의 붓 자국이 없으면 그려 낼 수 없는 작품이다.
아이들은 이 걸 그리면서 매우 즐거워했다. 색점 하나하나가 선묘(線描)의 욕구와 실행을 이끌어 주었으며, 백지 위에 그릴 때의 막막한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 눈치였다. 어른들이 아무렇게나 찍어낸 붓 자국의 연습지를 어린이들이 가필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리사이클링(recycling자원의 재이용) 결과물이 되었다.
'강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능기부 '미술생활' (0) | 2025.02.03 |
---|---|
재능기부 '미술생활' (0) | 2023.06.22 |
터치 바이 터치 (0) | 2021.07.10 |
풍요의 저녁 (0) | 2014.06.27 |
2014년 5월15일 (0) | 2014.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