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커피 내리는 아침

담우淡友DAMWOO 2024. 6. 9. 07:19

집앞 골목 한바퀴 돌고 나서 원두 세이버(savor:풍미를 보관하는 밀폐용기?)가 있는 식탁 의자에 앉는다. 앉기 전에 끓기 전원 버튼을 누른 포트의 열수를 주전자에 부어 조금 식힌 후 드리퍼에 미리 넣은 거름망에 부어 충분히 적신다. 커피 서버로 내려간 물을 버리고 나서 원두 세이버 뚜껑을 열고  한 수푼 떠 그라인더에 붓고 들들들~간다. 꽃향을 블렌딩한 커피 빈 가루를 드리퍼 거름망에 붓고, 주전자의 온수를 천천히 가운데서부터 밖으로 원을 그리며 붓는다. 유리 커피 서버 안으로 떨어지는 흑갈색의 커피 액의 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힌다. 두 잔 정도의 양으로 내린 다음 커피 잔에 한 잔 부어 꿀을 조금 넣어 쓴맛을 중화 시킨다. 꿀향과 섞인 커피향이 묘한 맛과 향을 풍긴다. 선물한 지인이 원두를 볶을 때 무슨 꽃향을 블랜딩했는지 물어 보면 커피 빈을 더 달라는 뜻으로 비칠까봐 감히 여쭙질 못한다. 향과 맛을 음미하며 컴퓨터 화면과 마주 앉으면 명료하고 맛깔스런 글발이 솔솔 측두엽에서 전두엽으로 뉴런 갈래갈래 오솔길을 따라 망막에서 수정체를 건너 각막까지 다다르면 모니터 화면에 흐믓한 문장으로 따르르르 찍힌다. 나의 생각과 마음과 의도를 정성껏 돕는 커피의 지원 작용이다. 글 속에는 이 커피를 선물해 준 지인 모습이 문장으로 그려지고, 즐거운 흥분에 아련한 아침의 내 마음이 소곤소곤 수록된다. 

 

 

창가의 아침으로 데려다 주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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