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아직 가지 않은 오늘

담우淡友DAMWOO 2025. 1. 25. 12:10

늘 오늘이었던 어제가 눈에 밟힌다. 그 날을 오늘 안에서 온전히 풀고 닦고 정리하지 못헸기 때문이다. 그대 로 보낸 오늘이 어제가 되어 버리면, 어제는 진정한 어제가 아니다. 지나간 날로 치부 되어 무책임하고 의미 없는 날이 된다. 그냥 둘 수 없다. 소환한다. '어제의 자격'을 갖추려면 끌려나와 이실직고 아니면 석고대죄라도 해야지. 묵묵부답 아집(我執)에 빠져 있으면 시간의 소맷부리 따라 흘러가지 못한다. 

 시간(時間time)이 언제 부드러웠던가. 곧잘 유예(猶豫)를 베푼 적이 없다. 어제든 오늘이든 시간은 일말의 논고도 없이 제 길을 간다. 한눈 팔지 않는다. 오늘이 한눈 팔다가 시간의 젖가슴으로부터 분리 된다. 나태와 망설임을 막아주는 초유(初乳)를 수유할 수 없다. 시간의 모성(母性)은 진행(進行 progression )이지 머무름(retention time)이 아니니까 말이다. 칭얼대도 가버리는 시간 앞에서 오늘은 성실히 적극적으로 수유를 해야한다. 시간의 모유 안에 풍부한 희망과 보람과 노력을 빨아 들여야 한다.

 다부지고 건강헤진 오늘이 자란 후 어느 제목이 오늘의  명분이었는지 성찰(省察)한다. 억지가 아니라 진심과 진실로 할일을 다 했는지 생각의 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첨삭을 하고 수정을 하고 잘못에 동그라미 치지 않는다. 잘못을 고쳐서 바로 된 생각에 밑줄까지 치며 미소를 머금는다. 잘못은 언제나 있다. 고치지(뉘우치지) 않는 게 문제일 뿐이다. 

 오늘을 잘 보내면 어제가 평안하다. 소환할 구실이 없으면 좋은 추억이 된다. 냉정하던 시간 마저 나머지 가슴을 열고 수밀도(水蜜桃) 향미의 여유를 수유헤 준다. 그렇지 않을때 아직 오지 않은 내일(來日 tomorrow)마저 불확실성(不確實性)의 두려움에 빠진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은 오늘의 엄친(嚴親)이다. 대척점(對蹠點 the antipode)이다. 강력한 의구심(疑懼心)이다.  새 기분과 기대감으로 충만한 그를 맞이하려면, 시간에 눈치보지 말고 오늘의 시한(時限)에서 맘껏 성실헤야 한다. 속이거나 억지부림은 어제뿐만 아니라 내일도 불행하다.

 

여우 3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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