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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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봄이 늦다

담우淡友DAMWOO 2025. 3. 22. 08:04

  꽃은 피고 수은주는 오르는데 정계(政界political circles)의 봄은 아직도 살얼음 초입이다. 건너지 못한 수면 위의 얼음이 얇아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다. 그 위를 건너기 위해 갖은 갖은 수단을 강구하는 위정자들의 발굽이 건널까 말까 얼음장이 울렁인다. 많은 시간 여러 날이 새봄 오기 전에 꿈틀꿈틀 심정(心情)의 연못을 건넜는데, 구두굽이 하도 무거워, 아니면 맨날 잘 먹는 끼니에 몸이 무거워 갖은 보약을 섭취해도 허허실실(虛虛實實).........오락가락 판단과 결론의 무게가 계기판을 벗어나 망설이는 중량까지 짓누르고 있나보다. 에라! 건너가면 얼음장이 깨지겠고, 조금 더 있다가 살펴 건너면 녹아버릴 테고 진퇴양난은 전술(戰術)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봄을 맞이할 명분이 없는지도 모른다. 민초(民草)의 뿌리에 스미어 든 봄이 수분을 당기고 햇살을 부어 새순을 틔우면, 봄의 정기(精氣)에 꽃이 활짝 필텐데, 꽃의 미소가 두려운 걸까. 호호 웃음이 보기 싫은 걸까. 위정자들은 자기를 선택해 준 민심(民心)의 봄기운을 피부로 못 느끼는 것 같다. 저거 그냥 봄이 오는 길섶에 아무렇게나 피는 들꽃이거나 별 시답잖은 잡초로 여기는 모양이다. 눈을 크게 떠도 잎사귀 마주나기, 어긋나기를 보지 못한다. 귀를 기울여도 미풍에 흔들리는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자기를 뽑아 준 뒤 밭에서 뽑혀 나간 잡초처럼 농약 투성이의 첨단 재배법 고랑에서 차양모 눌러쓰고 피부가 까매질까 전전긍긍.....빼곡히 심어 놓은 고추와 토마토가 잘 익어가기만 주시한다. 그게 위정자의 일반적인 국민농사 영농법이다. 

 민심은 알곡이다. 파종과 돌봄을 거쳐 수확을 해야한다. 파종이 서툴고 수확이 늦으면 거둬들일 수 없다. 상하면 올바른 정치의 뱃속이 탈나서 속앓이가 만성질환으로 변이된다. 알면서도 일단 권력을 얻고나면 독주(毒酒)를 마신 취객처럼 비틀비틀 주절주절.....봄길을 헤매는 주정뱅이 형상이다. 2024년 말 겨울부터 2025년 3월의 봄이 따스한 수은주와 동침을 할 때까지 매화를 지나 개나리 한 송이 제대로 피우지 못하는 동안 '참으로 어른다운 정객(政客)'을 뵐 수 없었다. 아름다운 어른이 없으면, 아름다운 민초도 자라기 어렵다. 뿌리 실한 민초는 제때에 따스해지는 봄에 꽃피고 잎새 푸르듯이, 정치는 민초 위에 뿌리는 샘물과 같아야 한다. 계절을 거스르면 봄도 가을도 바른 길로 오가지 못한다.

 계절의 봄은 이미 수은주 만큼 따스하다. 사람의 봄이 늦을 뿐이다.       

 

 

꽃은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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