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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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산불 山火 forest fire

담우淡友DAMWOO 2025. 3. 28. 12:00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나는 산(山 mountain)이 놀이터였다. 집 뒤란 울타리와 맞닿은 뒷산으로 뻔질나게 오르내리며 활엽과 침엽이 내뿜는 초록 향기를 마셨다. 커다란 밤나무에서 꾀꼬리의 노랫소리가 이파리 사이로 구슬 구르듯 들려오고, 까치와 까마귀, 참새들의 합창도 끊이질 않았다. 볼을 스치는 활엽들이 부드러웠고, 침엽이 찌르는 통점은 압점으로 느끼는 성장통의 한 점 한 점이었다.    

 초록의 울창한 계절을 지나 활엽이 다 스러진 나뭇가지는 차가운 하늘의 정기(精氣)를 깁는 뜨개바늘 같았고, 칩엽의 짙푸른 나무는 갈색의 숲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 선비(성삼문 成三文 1418-1456 조선)의 기상을 닮았다. 두툼한 활엽의 낙엽을 밟으며 오르내리면, 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푹신한 온기를 느낄수 있었다. 

 정월대보름날 달맞이 횃불이 달 그늘진 건너마을 인가를 중심으로 "달마중 훨훨" 노랫말 따라 도깨비불처럼 춤을 추워도 불 한번 나지 않았다. 특별히 불조심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마당에서나 추수가 끝난 밭 혹은 논들에 나가 맘껏 횃불을 흔들었다. 정초에 삼촌들이 만들어 준 방패연 꼬리연으로 연싸움을 한 뒤 연줄을 끊어 보내던 기억도 달마중하던 기억과 나란히 먼 기억 속에 묻혀 있다. 

 아직도 불타고 있는 영남산불 소식을 보고 들으며 안타깝기가 유년 시절의 불놀이 즐거움 보다 몇 배나 크고 깊다. 성묘객의 사소한 실수로 시작된 산불이나, 가옥의 누전으로 시작된 산불 역시 '사람으로 말미암은 불'로 이 무슨 재앙일까 싶어 화면으로 보는 벌건 불길이 피부에 닿듯 뜨겁다. 너무도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해가 번져가 애꿎은 하늘을 원망할 정도다. 옛 왕조시대 같으면 왕(王)의 부덕한 소치로 재앙을 다스리지 못했다는 '인간적인 책임론 (人間的 責任論)'을 펴기라도 하겠다. 그러고 보면 작금의 나라안 정세가 혼탁하여 민심마저 어지러우니 이런 재앙도 생기는 걸까.....핑계거리를 찾기도 한다. 어쩌면 손바닥에 왕(王)를 써서 내 보이며, 국가의 리더 직(職)을 맡은 인물에게 당신(王)의 '부덕(不德)한 소치(召致)'라고 하면 무슨 개뼉다귀 씹어먹는 소리냐고 비난 받을까?  그 직위에 관한 의젓한 자격을 운운하는(생각해보는) 계기라도 될까싶은데..............어지러운 나라 안 정세 만큼이나 가슴 아리고 시린 산불 참사다.  

 

 

 

 

 

DAUM넷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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