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분류 전체보기 1214

꽃🌺4월이 가네

피는 꽃과 피어야 하는 꽃피어야만 하는 꽃과 피지 않으면 안 되는 꽃이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네늘 올려다 보기만 했던 사람들은 내려다보는 꽃의 시선을 알 겨를이 없었네습관이 된 눈을 깜빡이는 아침에서 저녁까지액정화면 속에서 흩날리는 꽃잎을 자주세상을 서술하는 쪽지로 읽었네독서를 앗아가는 꽃들이 만발했네꽃가루가 분진으로 퍼지고 수정을 거부한 씨방이 열매를 미뤘네내려다보다가 아주 내려온 꽃을올려다보다가 내려다보는 사람들은머쓱한 버릇이 된 저녁에서 밤까지 두리뭉실싱그럽게 피는 새벽을 올려다보지 않았네바닥에 뒹구는 꽃잎을 내려다보며곧 오월이 오는 아침을 달력에서 수평으로 보았네아직 올려다보는 꽃이 남아 있어목덜미가 시릴 때까지 완강한 슬픔이꽃으로 피는 계절을 신봉하고 있었네피지 말아야 할 꽃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글(文) 2025.04.30

병아리 떼 뿅뿅뿅

집앞 공원 놀이터에 근처 유치원 아이들이 뛰어 다니고 있다. 미끄럼틀과 그네와 시이소오랑 '하루생활계획표'를 수행하고 있다. 잎새 푸르러 가는 나무들이 빙 둘러 바라보고, 내려다 보고 있는 눈부신 햇살의 시선이 빠짐없이 총총하다. 가끔 부드러운 바람이 다가와 아이들을 만진다. 아이들은 바람에 신경 쓰지 않는다. 햇살이 아무리 밝아도 눈을 가지리지 않는다. 미끄럼틀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안아 주고 밀어 준다. 가만히 서 있던 그네가 활기차게 움직인다. 아무렇게나 올라 타도 시이소오는 불평하기는 커녕 머리가 땅에 쥐어박혀도 발랄하게 튕겨 오른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문장을 뛰어 넘어 기후의 언어로 퍼진다. 나무가 듣는 푸른 어투다. 햇살이 엿듣는 금빛 어휘다. 바람이 살짝 주어 담고 가는 낱말의 ..

글(文) 2025.04.26

시간이 멈춘 사랑을 수리해요

새 감각을 갈아 끼워 봅니다오후 세 시에 멈춘 방향이 서쪽입니다어제 까치노을이 산등성이에 빛났지요짜릿한 바늘이 아직 동쪽입니다저물녁 커피 잔 쪽으로 돌려놓을까 했지요 마음 하나 빠진 귓바퀴가 가온음 따라 구르는지육각 별 드라이버 찾아 나섭니다중추 라인에 헐거운 나사를 조여 봅니다종아리 쪽에 울리는 저음 한 소절점점세게 겨드랑이로 오르는 아리랑 중간 악구허리에 감아봅니다가슴이 정오입니다 신경질을 태엽삼아 움직이던 시간이 있었지요낡은 롤렉스였어요 그 것 무료로 팔고손목에서 벗어난 아침이 밝아왔네요 평등을 충전하며 이십사 시간 노동이 즐거울 때쪽쪽 빠는 외식 때가 늦은 밤이 길었잖아요측은한 기쁨이 삼경 지나 새벽입니다 연민의 바늘이 침엽처럼 우거지면한 그루 사철 푸른 속마음 이아름들이로 자라겠죠삶의 나이테가 ..

글(文) 2025.04.24

춘추전국春秋戰國

내 나라의 영울호걸들이 나라의 정체(政體)를 이어갈 출사표를 발원하고 있다. '말의 칼'을 휘두르며 신념의 눈빛을 번득인다. 자신이 구국의 인물임을 어필하기 위해 적토마를 채찍질한다. 은빛 갑옷을 걸치고 때로는 긴 삼지창을 꼬나든다. 금빛 찬란한 투구를 쓰고 메두사의 형상이 새겨진 방패로 제몸을 가린다. 나라(國)의 가슴이 안 보이는 대지에 서서 좌우고면하는 백성들 중에 왜소한 몸체로 끼어 있는 나는 나라의 손가락이라도 잡고 싶다. 그 손을 내밀어 잠깐 잡아주게 할 수 있는 영웅을 상상한다. 달리는 말에서 내려와 황금 투구를 벗고, 은빛 철갑을 철걱거리며 손이 아닌 얼굴을 낮추고 따스한 미소를 던지는 호걸을 만나고 싶다. 유일하게 내가 지닌 '투표의 권력'으로 말의 칼이나 번득이는 사이비 영웅을 그의..

글(文) 2025.04.23

충성 忠誠 faithful

충성!------5260부대 보병 경례 구호는 '충성'이었다. 상관이나 선임병을 만나면 걸음을 멈춘다. 발을 모은 다음 꼿꼿이 선다. 오른손 다섯손가락을 모아서 팔을 위로 꺾는다. 손바닥은 아래로 손등을 위로 하여 오른쪽 눈썹 끝에 날쎄게 갖다 붙이며 "충성!' 힘차게 외친다. 같은 동작의 답례를 받고 나면, 주고 받은 신뢰가 전우(戰友)라는 카테고리에 게시(?)된다. 군대(軍隊)라는 조직 알고리듬의 첫 기호에 해당한다. 이 충성은 상관이나 선임병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군대 뒤에 소프트웨어처럼 깔려 있는 나라, 즉 국가(國家 nation)에 대한 충실한 믿음이자 신뢰다. 하드웨어처럼 단단하게 결속 되어 있는 국민(國民)에 대한 보호와 사랑의 파일(pile)이다. 성실-의리가 들어 있는 loyal..

글(文) 2025.04.22

산문散文을 겯다

운율(韻律) 따라 문장을 짓다 보면, 감정의 구속(拘束)을 느낀다. 내재율(內在律)조차 자기 리듬을 강제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 따라 기분 따라 주절대고 싶어진다. 산문(散文 prose)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문장의 삽짝문을 열어젖뜨린다. 초가지붕 아래의 툇마루에 앉으라 한다. 눈을 들어 앞산을 다가 앉힌다. 숲을 먼저 보라하고 나서 나무를 더듬게 한다. 소나무, 도토리나무, 갈참나무, 서나무, 느티나무.....껍질의 질감 따라 잎사귀 모양 따라 잎맥과 어긋나기, 마주나기 그루마다 다른 모양을 서술하다 보면 산이 통째로 가슴 안에, 아니 눈 안에 가득 찬다. 골짜기의 약수터로 이끈다. 바위 몇 덩이 모려 웅덩이를 만들고, 나무막대기를 세워 걸어 놓은 빨강 파랑 플라스틱 표주박이 정겹다. 산행온 ..

글(文) 2025.04.18

시詩를 쓰다

창가에 다가온 햇살이 시(詩 poem)를 쓰라고 한다. 대면하면 눈이 부시다. 창밖에서 한글 해례본에 없는 문자로 신호를 보낸다. 해의 언어는 빛이다. 창문에 어린 빛을 읽고 나는 컴퓨터 화면을 연다. 한글 앱을 불러온다. 그리고 자판을 두드린다. '햇살이 등을 민다/ 눈부신 날은 지금이다/ 사랑을 전하려면/ 빛으로 써라/ 온몸이 빛날 것이다.' 때로는 새벽 달이 시 좀 쓰라고 한다. 남향 창으로 들어온 달이 거실 바닥에 A3 크기의 미농지를 편다. 명상을 멈추고 달빛 문자로 쓰란다. 달빛에는 푸른 밤이 묻어 있다. 문자 색이 어슴프레하다. 달빛 스민 미농지에 옛 글자가 뜬다. 스물여덟자 한글 중에 사라진 아래하, 반치음, 옛이응, 여린 히읗 'ㆍ','ㅿ','ㆁ','ㆆ'을 닮았다. 생각만 해도 뇌..

글(文) 2025.04.17

그림을 그리다

사과를 그린다. 빨간 사과를 그린다. 둥글게 크기를 잡고, 블링블링 윤곽을 그린다. 사과는 정말 둥글까?? 어렸을 때 '둥글다'를 몰랐다. 어른들이 둥글다고 해서 그렇게 알았고 인식(認識) 라인에 둥근 개념이 들어앉았다. 꼭지가 있고, 꼭지 끝이 왜 쏙 들어갔는지 모른다. 사과 모양이 왜 둥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색깔이 빨간 건 햇살과 물의 작용일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사과 스스로 어떻게 빨간 색을 확정 지었는지는 모른다. 모르는 게 그것 뿐일까. 세로 줄무늬가 있으며,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자잘한 점까지 내가 사과를 그리고 있는데 사과의 외형(外形) 밖에 그릴 수 없다. 빨간 색을 보면서도 무슨 색인지 몰랐다. 어른들이 빨갛다고 해서 빨간 색이라는 개념이 머릿속 뉴런을 타고 망막까지 도달하는 동안 ..

글(文) 2025.04.16

잎샘 추위

내 사랑은 꽃이 먼저 피네이른 봄 경칩에 깨어나끈 나시 플라워 원피스 민어깨 위로꽃샘 바람 찬바람을 견디네햇살을 많이 먹고가끔 보슬비를 마시며 피부에 꽃물 들이네 언제 꽃잎을 삶의 갈피에 넣어 두고수은주로 적었던 사랑의 밀어를달래 냉이 쑥잎 아래 숨겨 놓을지나비가 입맞출 날을 기다리네 겨드랑이에 새 나뭇잎이 날개 돋을 때꽃잎을 보내며 움트던 기억겹치지 못한 몸과 마음 초록 엷은 아쉬움에 자꾸 참견하는 찬바람을 견디네변덕 심한 수은주를 믿을까 말까하네 내 사랑은 마음 가지가 많네하늘에 촉수를 꽂아 놓고해와 달과 별을 마시면찬바람이 시킨 수은주의 변덕을거뜬히 견디네 이겨낸 얼굴에 불그레~분홍빛 화심(花心)이 피네 내게 있던 봄기운이 푸르러지네.

글(文) 2025.04.15

나의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고위공직자로 한 나라의 내외 살림을 꾸려나가는 인물들의 사고 방식은 풀뿌리 민초들과 아주 다른 것일까? 생각과 신념의 한 고갯마루에서 아래로 넘어가야 할 때, 평소 견해의 데이터로 삼았던, 그리고 진실의 대상으로 입에 침을 발랐던 잡초 같은 민초들을 제초기로 한 밭뙤기 쓸어버리는 것쯤 일도 아닌 행동을 한다. 4.3의 몽매한 사단이나, 참혹한 예단의 6.25 상잔, 권리욕에서 누수된 4.19, 재바르고 무지막지한 5.18에 이르기까지 한 위정자의 오판과 야욕에 따라 스러져 간 고개(?) 아래의 잡초들이 다시 푸르게 대지를 덮어도 위정자의 디엔에이는 변하지 않는다. 진화(進化)조차 결여된 유전자(遺傳子)다. D( 遺傳子 gene)는 고개를 넘을 때 구름은 쳐다보지만, 발 아래의 질경이(車前草)는 보지 못한..

글(文)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