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영동 황간면 월류봉(月留峰).......풍광이 수려하여 지나던 달 조차 오래 머문다. 깜찍한 심안(心眼)이다. 햇살 따가운 낮에 밖에 올수가 없어, 이름에서 풍기는 달밤의 미안(美眼)을 마음 속에 켠다. 달빛 대신 햇빛 수려한 풍경에 시선 가득 밀려온 광경이 좁은 망막 안에 솔잎 설 자리 없이 빼곡 들어찬다. 실경(實景)을 잊으면 정경(情景)이 된다. 실경을 품을 수 없으니 스케치북에다 정경을 담는다. 그래도 직성이 풀리지 않아 물감으로 채색을 한다. 다 품지 못한 실경의 한 폭을 정경으로 옮겨 그린다. 실경을 재현(再現) 밖에 할 수가 없어서 아쉬운 풍경화다. 실경은 마음에 정경으로 담고, 잊을 수가 없어서 그림으로 기록한다. 잊을만 하면 그림을 보고 잊었던 실경을 기억한다. 한밤에 달이 머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