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소묘 80

알함브라 宮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 주에 있는 이슬람 궁전. 이슬람 제국이 이베리아 반도 통치시 지은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궁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스페인 출신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데 아시스 타레가 이 에익세아(Francisco de Asís Tárrega y Eixea 1852-1909)의 기타연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Recuerdos de la Alhambra) '은 청소녕년 시절부터 귀에 익도록 들어온 명곡으로 알고 있다. 화려한 트레몰로(tremolo) 기법으로 연주 되는 그 기타 연주곡을 듣고 있으면, 궁전 내부에 새겨진 이슬람 특유의 정교하고 수려한 문양이 상상으로 그려진다. 비록 사진으로 보고 전경의 일부 밖에 그리지 못했지만, 외부는 붉은 색조로 지어진 요새같아 웅장한데도 불..

슬로베니아 블레드 城

중유럽 유럽발칸반도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공화국(Republic of Slovenia)의 성(城) 유적 역시 유럽픙의 성채를 지니고 있다. 블레드 호수( Blejsko Jezero) 물가 절벽 위에 세워진 블레드 ( Bled castle) 성채의 위용이 고색창연하다. 중세 유럽의 성이 풍기는 첨탑과 수직의 풍채가의 선(線line) 과 그 흐름의 미(美)가 그림으로 재현하고 싶은 유혹을 불러 일으킨다.

노이슈반스타인 城

동화 백설공주의 배경이 되었다는 독일 퓌센 호엔슈반가우 산 위에 오똑 서 있는 노이슈반스타인 고성(古城) Schloss Neuschwanstein 웅장함에다 오밀조밀 스마트한 모습에서 저 성에서 살았다는 루트비히2세( Ludwig II 바이에른 왕국 제4대 국왕 )의 몽상가적 내면이 느껴진다.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공주시리즈 동화가 솔솔 흘러나올 개연성(蓋然性)이 충분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고난과 역경을 건너 마침내 본래의 영화(榮華)를 찾는 신분의 '고루한 패턴'을 불식시킬 만큼 화려하며 고즈넉하다. 가서 직접 보지 않고도 이러한 느낌을 갖게 하는 성(城 castle) 노이슈반스타인. 꼼꼼하게 묘사해 보았는데 탑과 성곽을 그리다가 비례(比例)를 놓쳐 내 깜냥대로 그린 작품이 되어버..

TIME MACHINE

스마트 폰에 탑승한다. 1981년 2월7일로 간다. 부산 송정 바닷가 어촌계장집의 사글세 방에 도착. 지척의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매일 찾아오는 햇살은 플라워 스커트를 입었다. 구멍 숭숭한 창호문 밖에 가끔 바람이 지나간다. 연탄 아궁이의 이산화탄소 향기가 선득하다. 가끔 와서 샴푸 향내 풍기는 여자의 잔흔처럼 설핏하다. 셋방살이 무직자 스물여덟 청년은 가난했다. 그림을 그렸지만 변변한 스케치북조차 없었다. 헌 접시 팔레트엔 물감이 말라 있었다. 글을 썼지만, 원고지가 떨어지면 보름이 훌쩍 지나갔다. 마당 건너 해변에 발길 닿으면 달이 어두운 수평선 위에 두렷이 웃고 있었고 청년을 별로 웃지 않았다. 별이 희미한 천청색 (淺靑色) 허공에 그리움이 늘 아득했다. 가끔 와서 청년..

소묘 2023.02.01

석고 데생- 두 인물

왼쪽은 쥴리어스 시저(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 7. 12/13 ~BC 44. 3. 15 로마) 로 잘못 알려진 메가스 안티오쿠스 3세대왕 (Antiochus III the Great 기원전 241년경 ~ 기원전 187년 셀레우코스 8대 군주). 오른쪽은 로마 21대 황제 카라칼라(Caracalla 186년∼217년 -카라칼라는 켈트족의 전통적인 모자를 뜻하는 별명. 정식이름은 안토니누스). 석고 대 위에 나란히 있어 함께 뎃생했다. 안티오쿠스의 노련하고 섬세한 인상을 묘사하기 전에 뒤쪽에 위치한 원근법으로서의 형상으로 처리. 카라칼라는 독재자의 무자비하고 신경질적인 인상을 묘사하기는 했지만, 거만한 몸짓으로 갸우뚱 젖힌 목의 자세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화면의 전체..

소묘 2022.04.02

모자 쓴 소녀

내가 너를 그릴 때 모자를 먼저 얼굴이 덜 중요해서가 아니었다 모자는 네 눈매 보다 덜 귀여웠고 머리카락 보다 얼굴을 먼저 그렸을 때 입술은 무슨 말인가를 서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니까요...... 눈매는 시간을 아껴서 그렸고 코가 조금 삐뚠 건 착시 때문이었다 이마와 볼 아래 명암을 짙게 넣을 수 없었다 깜찍한 인상이 더 풍요로웠다 네 마음을 다 그릴 수 없어 눈동자를 짙게 칠하면서도 옷 무늬는 묘사를 하지 않았다 다만 그리고 나서 너 보다 그림이 된 네가 더 내 턱밑까지 다가와 있는 걸 알았다 머리 긴 소녀야.

소묘 2021.12.20

그리다

연필은 무채색이다 검정색인데 색깔이 없는 색으로 친다 밝기와 어둡기(명도)의 차이가 있다 사물의 질감(質感)을 낼 수 있고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단지 유채색의 화려한 색감이 없을 뿐이다 아는 소녀를 그린다 잔선을 여러 번 겹쳐 명암과 질감을 시도했다 머릿결을 그릴 때는 4B연필을 박박 눌러 그었다 옷이 투명해지다가 얼룩을 입었다 얼굴 피부가 고와지려다가 그만 두었다 코 밑에 생채기까지 생겼다 미안하다 미소만 고와져도 좋겠다.

소묘 2021.06.03

사과와 손

사과는 손을 좋아한다 사과의 간택은 마음에 달렸지만 선택은 손에 달렸기 때문. 손은 사과를 좋아할까? 간택이 중요할 때마다 망설이는 마음 따라 손은 좋아하는 걸 단정할 수 없다. 이브가 아담에게 사과를 닮은 선악과를 건넬 때,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건넬 때, 마귀가 백설공주한테 독사과를 건넬 때, 최종 수행자 손에 들렸던 사과.... 사과에게 죄를 물을까 손에게 죄를 물을까.

소묘 2021.03.23

조화 정물 소묘하기

장미와 국화는 생화(生花)가 아니다. 사과도 생과(生果)가 아니다. 어떻게 소묘를 할까. 보고 느끼는 대로 그리다 보면 조화와 조과 질감이 묻어나긴 하지만, 명암과 질감에 신경을 쓴다. 흰 장미와 흰 국화의 색조는 순전히 중간 명도(밝은 부분에서 그늘지는 쪽으로 넘어가는 명도 단계)의 섬세한 연필 터치 처리에 달려 있다. 가까운 꽃과 뒤쪽 꽃과의 거리(공간감)를 나타내기 위해 색조의 짙고 옅음에도 집중해서 작업한다. 맨 앞에 있는 사과가 가장 짙게 묘사 되어 있다. 그다음 장미-국화 순으로 거리를 조정했다.

소묘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