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소묘

모자 쓴 소녀

담우淡友DAMWOO 2021. 12. 20. 08:57

내가 너를 그릴 때

모자를 먼저

얼굴이 덜 중요해서가 아니었다

모자는 네 눈매 보다 덜 귀여웠고

머리카락 보다 얼굴을 먼저 그렸을 때

입술은 무슨 말인가를 서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니까요......

눈매는 시간을 아껴서 그렸고

코가 조금 삐뚠 건 착시 때문이었다

이마와 볼 아래 명암을 짙게 넣을 수 없었다 

깜찍한 인상이 더 풍요로웠다

네 마음을 다 그릴 수 없어

눈동자를 짙게 칠하면서도

옷 무늬는 묘사를 하지 않았다

다만 그리고 나서

너 보다 그림이 된 네가 더

내 턱밑까지 다가와 있는 걸 알았다

머리 긴 소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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