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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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필연과 우연

담우淡友DAMWOO 2017. 9. 9. 08:03

학교 앞 길을 지나다가 급식소 바깥 벽에서 우연히 발견한 장면.

지붕 처마밑과 맞닿은 벽이다

거미줄과 그 주인의 거미와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는 사건의 현장

거미는 육식의 절지동물이고 잠자리는 날아다니는 육식 곤충이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는 거미의 적수가 아니다

거미줄 밖에서라면 상황은 달랐을까



거미와 잠자리는 '벽'이라는 공간에서 '집 주인'과 '포로'라는 상황(관계)을 만들었다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던 거미는 필연의 생존 전략이었겠지만

벽에 닿아 있는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가다가 걸린 잠자리는 우연이였을 것이다

누가 개입한 것일까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은 분명한데

아무런 개입 없이 저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또한 선명한 답이 아니다



어쩌면 그 앞을 지나던 내가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에 그 상황은

필연과 우연을 동시에 성립했을라나?

모든 사건이 목격자에 의해서 사실화 되는 것처럼 말이다

(씨씨카메라도 지켜보고 있었다!)

양육강식의 먹이사슬이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시공 속에서 이루어지는가 보다

인간의 삶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거미와 잠자리의 사건을 폰으로 찍고 있는 나를 누군가 목격하는 것은 우연이겠지만

목격한 사실을 기록하는 행위는 나의 필연이다.



어느 순간에서나 필연이고 싶은 내가 우연히 본 거미와 잠자리의 먹이 사슬은 도데체

어디서 온 개연성(蓋然性)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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