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환절기

담우淡友DAMWOO 2017. 11. 2. 08:40

    환절기



                            조담우


  또 한 페이지 넘어가는 길목에서
  기억을 클릭하는 한풍
  아이디와 비번 없이 접속할 때면
  내 가슴 방화벽을 높인다


  다음 페이지를 작성할 때까지
  기다리자 견디자
  아버지의 사이트에는 개암이 여물고
  늦은 단풍이 삭제했던 어머니를
  읽을 수 없는 파일로 표기하는 길섶


  살려볼께요
  강아지풀에서 아기똥풀까지 백업한
  지난 여름 달빛의 냇가에는
  어머니의 바탕화면에
  수십 개의 아이콘으로 올라 있던 나

  아버지도 지우고 싶었던
  어머니의 바튼 기침과 무능한 약의 파일들
  새로 만든 폴더 속에는
  실행하지 못한 봄이 대용량이었다

  차갑게 식은 와이드 화면에
  기억들을 불러오는 시간과
  첨부 되지 않는 이미지를
  휴지통에 쓸어 넣는 바람

  나는 기침 버튼에 취소를 누른다
  어머니를 아버지의 메모리에 업로드할 때까지
  견뎌야 한다

  한풍을 낙엽에다 붙여넣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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