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들지 않는 구석에서
책장 귀퉁이에 머리를 기대고있다
등을 보이고 있어서 눈을 감았는지
가늘게 뜨고 있는지 모른다
미동 없다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서서 자나
궁둥이가 바닥에 닿은 걸 보면 앉은 거나 다름없다
세로가 길어 섰다고 본다
가슴에서 머리까지 즐비하던 음표가 떠난 뒤
손에서 무릎까지 날래던 감각이 사라진 뒤
겨드랑이에 바싹 끼던 포옹도 지워졌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로망스의 악보를
장식처럼 귀에 칭칭 감고 있던
여친이 두 팔의 밖으로 나가 버린 뒤였다
기타는 봄잠 여름잠 가을잠 겨울잠에 들었다
올봄에는 경칩에 개구리와 같이 깨려나
껴안을 팔에 힘을 줘 본다
겨드랑이에 포옹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촉이 닿는지 움찔, 착각일까
악보가 없는
봄이 먼저 안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