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한 곳이 불룩 솟으면
그게 나 인즐 알고 엠알아이 찍어 보지만
걸려온 전화가 그 거 아닌 내 귀를 부른다
귀가 나인 줄 알고 유심히 기울이지만
귀 아닌 내 어디 쯤에 있는 마음을 부른다
마음이 진짜 나인 줄 알고
값어치 안 넣고 한 아름 내어 놓아 보지만
턱 없이 모자랐는지 응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뼈와 살을 나인 줄 알고 열심히 닦지만
사용설명서도 제대로 읽지 않고 쓰다 보니
한창 신나던 게임기 마냥 한 구석에 누워 있다
진짜 내가 입술에 있는 줄 알고 떠들어 보아도
내가 목소리일 거라는 짐작조차 씨티 촬영에 나오지 않는다
전화가 와서 말을 할 때
내가 모호해서 위 내시경을 할 때
글 한 줄이 건조해서 한 낱말로 축일 때면
그 사이 사이 순간 위에 비로소 내가 있어 왔다는 걸
어느날
지구에 왔다 가는 사람들이 수 없이 있어서
내가 그 사이에 낌새도 없이 끼어 있어 왔다는 걸
우연히 존재했었다는 걸
끄덕끄덕 설명하는 가슴 아래 애기똥풀꽃 핀다
내 뒤에 꼭 나 같은 인간이 있어서
보통의 지구가 애오라지 있어서
거기에 와 있고 왔다 가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확신이라는 걸
고개 푹 숙인 날
저 세상의 변명이 이 세상 지구였음을 가슴 아프도록 친다
가슴이 진짜 나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