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어린 날의 詩

담우淡友DAMWOO 2024. 4. 20. 11:07

      해 안 뜬 날

 

curtain 을 떼어서 sofa 위에 깔았다

미닫이 자물쇠는 온종일 안 잠근 채인데

어둠은 하루가 달라지게 amoeba의 괴물처럼 내 숨을 덮쳐 온다

나는 curtain 자락에 몸을 싸고 웅크린 채

유리창이 깨져라 발광하는 寒風에 몸을 떨며 마음이 쓰리다

中耳炎을 앓듯이 해 안 뜬 날 귀 기울여도

얼어붙는 빗소리마저 殺氣를 띄고

언제든지 기다리기만 하는 나그네의 손 위에

한 줌의 입술 분량도 닿지 않는다

三更에 뜬 눈으로 어둠을 밀어낸 空虛

너의 고운 손에 쥐어뜯긴 원망 뿐이다

 

아야!

앳된 너의 귓불엔 반짝이는 情感

시집간 내 동무의 목덜미처럼 하얀 lace 언저리에

맴도는 무수한 소리 소리......내 허파 動脈까지 이를 듯한

너는 산토끼의 오랜 分身

아직은 비린내를 모르는 少女!

 

너의 여린 꽃잎을 따서 collage한 내 가슴엔

사라지지 않는 향기가 스민 채로 뜨거운 불꽃인데

꿈에 깨어나서 연분홍 ribbon을 풀어 버리고 떠난 너는

이제 샘 고이는 속삭임마저 잊었다

먼 데서 바람을 타고 떠돈다

 

해 뜰 일 없는 curtain 그늘 아래

나그네의 四肢는 차갑고 뻣뻣하다

밤에만 우는 접동새 마냥

잃어버린 여름과 봄과 가을을 그리며

내내 기다림에 지치고 지친 미움뿐이다

너는 이 해 안 뜬 날에도

까만 veil을 쓴 채 내 꿈을 누비고 가는구나

 

토끼야!

()을 주으러 눈길로 여우 따라갔니

산비탈 깊은 곳에 호롱불 밝힌 듯

벼랑을 기어오르는 너는 위험도 모르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 따라 도토리 주으러 가니

살얼음 언 강을 건너다 네 얼굴 보거든

Narcissos의 유혹에 넋을 앗기지 마라

Echo는 가여웠단다

 

오늘 밤엔 너의 차디찬 어깨를 끌어안고

꼬리 저으며 죽어가는 슬픔으로

숨을 되돌려 사랑스러워진 네 볼에

아름다운 장미를 새긴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해 뜨는 날 네가 내 곁에 있기를.

 

 

한 송이의 장미를 그릴 때까지 acrylic color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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