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讀者의 쓸모 The use of the reader

담우淡友DAMWOO 2024. 11. 1. 09:04

 

 세상의 도구와 용구를 잘 다루지 못하는 내가 문학에 대한 기대와 검색을 채우려고 HK(HAN KANG)의 소설을 사용하고 있다. 채식 낱말의 징검다리를 이용해서  문장의 흐름을 유용하게 즐기는데 가끔 지나치면 발목이 시리다. 채소의 잎맥이 단단하고 잎살이 질겨서 어금니 사용이 힘에 부칠 때면 오래 씹는 작용을 멈추고 회복된 발목으로 여울을 건넌다. 물이끼 낀 자갈이 미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강직한 주인공의 성격을 우유부단한 내 성질에 대입해서 흐릿한 감성을 일으키려하지만, 사용 후의 긍정적인 효과는 신랄한 낱말과 문장의 수를 간신히 밑돈다. 

 문득 소설이 아니라 다이너마이트 제국의 유산을 시용(試用)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기대(期待) 속을 들여다 본다. 잘 알고 쓰기 편리한 한글로가 아니고 잘 모르는 영어로 제작된 문학의 얼개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자책을 한다. 한글로 여울 고스란하게 흐르는 주인공의 고뇌와 고집이 어떤 도구 보다 기대와 검색을 채워주는데도 말이다. 그런 내가 세상의 모든 도구와 용구에 대한 사용이 한참 서툴다 해도 고전과 신간의 문학을 지방도로에서 국도를 거쳐 고속도로 터널까지 지나온 강이 낙동강의 길이를 마주본다(~ㅋㅋ 自慢의 강). 서울의 한강이 한글 국토의 가운데를 흐르고, 그래서 한국인으로 충분히 한강의 역사를 내 지식의 도구로 사용해왔다. 채식을 문학의 이즘(ism)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긴 수면과 여울을 갖춘 뒤 세계로 뻗어 도도히 흐르는 HK의  문학을 사용하려면 영어보다 한글 원본이 신토불이 참(眞)일진데...............사용 매뉴얼을 다시 점검해야할까 보다. 화자(話者)들이 말하는 주인공의 기나긴 채식 신념의 강을 따라 낱말과 문장의 아찔한 감각들을 조곤조곤 밟아 간다. 어금니로 씹히지 않으면 송곳니로 가르고 쪼개서 전설모음화가 후설모음까지 감성이 울어나도록 입맛을 써야겠다. 발품까지 페이지를 여백없이 조약돌 깔아야겠다. HK 당사자를 읽는 오류를 넘어서 작품을 온전히 읽는다. 뛰어난 작품의 뒤에는 독자(讀者)의 쓸모가 강의 여울일 것이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에 말 걸기  (0) 2024.11.04
가을 길섶에서  (1) 2024.11.02
2024영천백일장  (0) 2024.10.26
비 아래 가을  (1) 2024.10.22
채식의 고뇌(苦惱)  (2) 20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