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이 흰색을 뽐내네
깨끗하다고 역설하네
다채로운 세상의 오류(誤謬)들을
단색(單色)으로 덮는 힘
미치지 못한 적이 없다 하네
추위조차 눈 아래로 잠기고
붉게 눈부신 지랄과 발광들도
옥양목 이불깃 아래 잠잠하네
눈이 대기권 밖으로나가지 않고
적도 근처로 아예 가지 않고
패악(悖惡) 빠죽삐죽 침엽으로 우거진 곳
우리가 언제 맑고 투명했더라?
솔직하고 당당했더라?
의문이 울긋불긋 물드는 나라에
반드시 수정을 예언하던 눈발
사뿐바쁜 내 누이 맨발처럼 내려오네
흰 속옷 추스르는 손길처럼
예쁘고도 뇌살맞게 하늘하늘
아이 참, 죽겠네 하지 말라네
오늘 하루 쯤 백색으로 발가벗고
제악(諸惡)을 깊이 묻을까 한다 하네
아주 생고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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