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부끄럽다 어느 깊은 골짝에서 나는 부끄럽다 이 나무 저 나무 보란듯이 열매가 탐스러운데 나는 익어도 터지지 않는 가슴 산새와 바람과 비 지난 여름 생각하면 내 맘 가져간 누구 자꾸 얼굴 붉어진다. 수채 풍경화 2011.11.06
산은 온몸으로 가을을 앓는다 우리가 철없이 가을을 즐길 때 산은 온몸으로 가을을 앓는다 자리를 옮기지 않네 해가 뜰 때 그림자를 가늠하게 돌아앉은 적이 없네 가슴께로 오는 새는 끌어안고 등으로 오는 사람은 업어 주게 발돋움 한 적이 없네 나무는 뿌리를 내리게 수풀은 우거지게 한눈팔지 않네 언제 바.. 수채 풍경화 2011.10.29
가을 깊은 뒤에 가을 깊은 뒤에/ 淡友 열매를 맺으려는지 가슴 오른 쪽 아래 선득하고 맑은 샘 같은 느낌 자주 찰랑거리고 치열 안쪽에 마지막으로 자란다는 은근히 드센 이빨 여무는지 딱딱한 말씨 수십 알 깨물면 쓴 물 상쾌하기도 하고 피부에 닿으면 진득하니 끌어안던 의자를 떠나 선들바람 코스모스 길 어디쯤.. 수채 풍경화 200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