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담우淡友DAMWOO 2018. 11. 5. 11:03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메뚜기는 건드려도 잘 날지 않는다
수컷이라면 짝짓기를 마쳤거나
엄컷이라면 땅 속에 알 낳기를 마쳤을 것이다
밤새  차가운 땅 위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한낮 기온이 오르고 몸이 풀리자 달아오른 시멘트 바닥의 길로
인도로 올라왔을 것이다
날은 점점 차가워지고 흙으로 돌아갈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 나방의 애벌레 이길래
고치도 짓지 못한 채 아직도 한낮의 햇살을 쫓아 나온 것일까
발길에 한 번 채인 듯 몸의 물이 배어나와 바닥이 조금 젖었다
건드려 보지만 조금 꿈틀할뿐 비켜날 기미가 없다
어느 발길에 밟힐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몸 구부리고 있다.

기름으로 살아가는 자동차와
전기로 살아가는 기차는 씽씽 달리고
곡식으로 살아가는 나는 그들의 곁을 지나가고 있다
내가 그들의 옆으로 한 번 지나가듯이
내 옆으로 어느 시간이 한 번 지나가고 있을까

낙엽이 머물렀던 나뭇가지에도 이파리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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