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강의 일기 12

재능기부 '미술생활'

지닌 능력 중에 '미술 표현=그림 작업' 있었다. 한 마을에서 30여 년 넘게 미술학원을 하면서 삶의 터전을 닦고 살아왔다. 마을이 있고 주민이 있고 학생들이 있어 살아올 수 있었다. 혜택을 입었다는 뜻이다. 이젠 받은 만큼 갚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물음 앞에서 한동안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시작한 재능기부 '미술생활 프로그램'이었다. 2019년 6월 제1기를 시작으로 어느덧 4년차 시간을 넘어 서고 있다. 보람을 가늠하자면 나무 한 그루의 밑둥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가지가 벋고 잎이 푸르렀다. 꽃은 피었지만 과일이 열리고 익어서 맛을 보기까지는 아직 하늘 바탕에 흘러가는 흰구름 정도다. 그렇게 봄을 지나 여름을 건너고 가을 단풍에 손 흔들며 겨울 눈길까지 걸어왔다. 다시 봄 길을 걸었다. 지구온난화로 6..

강의 일기 2023.06.22

무작위와 작위에 의한 재표현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성인 그림 실기반(월,수,금요반)에서 물감의 색을 분별하거나 색감을 낼 때 빈 종이에 찍어 보는 붓 자국들. 무작위로 찍은 상태여서 작품으로 여기지 않는다. 초기에는 연습지로 간주하고 모두 재활용 폐지함으로 사라졌다. 어느 날 문득 아무렇게나 찍힌 붓 자국들이 생각지 않은 오브제(object)로 다가왔다. 점 하나 하나를 4B연필과 매직펜으로 테두리를 그려 보았다. 그랬더니 자연스러운 작품성(作品性)을 띄는 것이었다. 이번엔 색깔이 화려하게 찍힌 것을 검정 매직펜으로 일일이 테두리를 그려 보았다. 즉흥적(即興的)이면서 자동서술적(自動敍述的)인 표현이 구현되었다. 무작위에 의한 작위적 표현의 결과인 것이다. 어린 원생들에게 작업을 시켜 보았다. 기존의 붓 자국이 없으면 그려 낼 수 없는..

강의 일기 2023.06.17

터치 바이 터치

팝 뮤직 제목이 아니다. 붓의 자국으로 한 점 한 점 찍어 가며 그림을 그리는 터치touch 수채화 기법 중의 한가지로 사용하고 있는 문구다. 재미 교포 8학년 남자 아이에게 터치로 수채화를 하며 이런 상태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touch by touch' 였다. 원어민 청소년이 그렇게 말했으니 틀림없겠지 했다. 80-90년대 댄스곡으로 회자 되었던 오스트리아계 3인조 밴드 조이(Joy)의 '터치 바이 터치' 곡에도 같은 제목과 가사가 나온다. 연인들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문구로 '스킨 투 스킨 skin to skin' 과 인접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스케치북 화면에 무수히 찍어대는 터치의 조합이 연인과 연인 사이에 오가는 무수한 접촉(닿음)과 유사하다면, 그림의 터치..

강의 일기 2021.07.10

풍요의 저녁

용인에 사는 지인 한 분이 대전 대합실에서 줄을 서지 않고는 맛을 볼 수 없다는 빵 한 꾸러미를 차 시간과 판매 시간이 맞아 떨어진 날 40여 분을 달려 저녁 무렵 ☆ '맛 보세요' ! 식후 포만에도 불구하고 '성심(聖心)'이란 상호와 사람의 맛이 놀라운 소보르, 부추빵 냉장고에 두었다가 아침 끼니로도 삼는다. ☆ 좋은 빵은 좋은 사람 때문에 더욱 맛을 돋운다.

강의 일기 201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