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331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오십일 킬로그램의 몸무게가 불법인지 이 높이에 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아래 단단한 납빛으로 버티고 누운 콘크리트 바닥은 날마다 오르는 이 높이가 달갑지 않은지 늘 발부리를 잡아당긴다 어질어질한 나는 발목을 버팅기고 난간을 굳게 잡지만 정신 줄이 흔들린다 줄 없이 매달려 살아온 눈치로 일 층에서부터 꼼꼼히 열네 번의 구직을 읽는다 내려갈 때도 줄에 매달린 승강기의 무게를 가지런히 알아서 가눈다 어느 층에서 불안이 무거워졌을까 빠뜨린 층의 호 수처럼 이빨 수가 어긋나는 직립의 매무새 바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바닥의 신호가 닿지 않는다 다부지게 물고 늘어져도 아래를 살피면 묽은 피의 무게가 밑으로 쏠린다 벗어던지면 날 수 있다 날 것이다 날 수 있을 것이다 혈관의 불끈 성질만 높은 ..

글(文) 201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