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코로나 15

자기기입식조사보고서

코로나가 열아홉 번 우리 집 앞을 지나갔다 이 십 다시 이십 일로 인을 친 현관을 슥 훑어보고 슬기로운 방역 생활 안내 설명을 읽었을 것이다 어느 항목에서 빈틈이 붉었다 더블 베이컨 샌드위치의 짠맛을 보았다면 탑승할 우한 행 항공편 예약했을 것이다 초여름 느슨해진 손소독과 흘러내린 마스크 바람을 들이키는 폭염에게 작업을 걸었다 실외기 연결선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증상이 증식을 시작했다 주말이 도망을 쳤고 격리가 몰려왔다 주사기가 세 번 팔죽지를 찌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후유증이 부리는 기승에도 도피 따위 사실 없이 선전한 전력이 소소한 여름 마침내 코로나가 우리들 머리맡까지 점령한 전황을 작성한 보고서 낱낱이 방역 지휘 사령부에 제출했다 이천이십이 년 칠월 삼십일일 아침 수복할 때까지 생활 전선..

글(文) 2022.08.08

2차 방어 전략

나는 한국의 노이슈반스타인 코로나 투르퍼로부터 지켜내기 어언 칠백여 일 추계 대공세를 앞두고 제2 아스트라제네카 여전사를 영입했다 제1 아스트라제네카 여전사가 임무를 완수하고 자기의 나라 구릉이 아름다운 시골로 돌아간 뒤였다 노래를 무기로 쓰는 귀뚜라미 병사들이 성벽 아래 배치 되었고 매미 용병들이 일부 귀환하는 전황 폭우와 폭염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성의 모든 창문에는 방충망이 녹슬고 굳게 닫힌 성문에는 우거진 삶의 한삼덩굴 칡넝쿨 포기를 모르는 수성의 내력이 이끼 푸르다 한 생애를 쏟아 부은 난공불락의 아름다운 성 아스트라제네카의 용기와 무공이 새벽 별처럼 빛나고 있다

글(文) 2021.08.15

코로나에게 몇 가지 엄지척

어울려 살고 싶지 않았지만 지구에 살고 싶은 맘은 누구에게나 기본 네가 처음 일상의 갈피에 끼어들었을 때 찐 댓잎에서 나온 쯩즈를 처음 본 기분 찰밥의 쫀득한 점력이 낯선 냄새를 당겼지만 갇혀지내는 동안 주로 면발이 젓가락을 감았고 국물이 냄새와 함께 묻은 마스크를 빨아 다시 써서 달변을 막아 수다를 줄이는 힘 오, 침방울이 이렇게 촉촉한 줄을 안 새삼스러움었지 얼마나 대면 접촉이 샘물처럼 맑은 줄 몰랐던지 입을 대고 혀가 닿는 일상의 갈피마다 걸러서 깨끗한 호흡이 되는 길을 찾아 긴장한 침묵들이 나로부터 옆에로 뒤에서 저기 옆 나라에서 대양 너머 열국까지 재잘거려야 할 습관을 미안하지 않게 했다 싱거운 정색을 덧칠하지 않게 했다 적은 겸손만으로 자부심을 키워서 내가 어떻게 우리가 되어가는지 뒷 나라에서..

글(文) 2021.01.19

집콕 맘콕

소문이 현관으로 막 들어온다 사실이 되어 나란히 엎드려 있는 신발을 일일이 신어 본다 팩트로부터 출발한 뉴스가 소문과 만나서 거실을 거쳐 주방에서 건넌방으로 돌아다닌다 벽에 걸려 있는 여러 개의 마스크와 빨래 건조대에서 덕장의 명태처럼 말라가는 마스크를 건드린다 꽃무늬와 체크무늬 푸른 점 땡땡이 무늬까지 수작업 마스크를 ‘좋아요’ 버튼 누른다 빨간 하트 몇 개 띄운다 소문과 팩트와 뉴스가 왁자지껄 국내산 커피를 마신다 소문-베트남산, 팩트-국내산, 뉴스-독일산을 각각 호호거린다 그들이 바람같이 신발도 벗어 보지 않은 채 미세먼지 보통에 초미세먼지 나쁨으로 뿌연 창문을 넘어 뛰어내린다 골목과 거리로 빠짐없이 숨어 든다 앞집 옥탑을 지나 다음 집 옥상의 기지탑 위로 살얼음 낀 하늘 금 간 구름장, 오후의 황..

글(文) 2020.12.14

우리 집 나의 마스크들

사용 장소에 따라 나의 마스크는 걸리는 곳이 다르다. 미술학원 강의 때 썼던 마스크는 안방 옷장 손잡이에 건다. 1층 미술학원 강의 마치고 3층 집으로 올라오면 걸어 두었다가 이튿날 내려갈 때 다시 쓴다. 한 번 썼던 마스크를 버린다거나 세균 오염 어쩌구 그런 건 내 메모장에 없다. 매일 한 번 쓰고 버리고 새 것을 쓸 정도로 마스크를 컨베이어 벨트처럼 실어 올 수도 없고, 왕창 사서 쌓아 놓고 매일 쉬 갈아 쓸 소비적 지향성(깡다구)이 없다. 적어도 새 것 한 번 쓰면 서너 차례 익숙한 내 입냄새 나는 마스크를 이어서 쓴다. 그렇게 썼던 실내용 마스크는 다음 단계의 용도로 넘어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헬스클럽에 갈 때 쓰는데, 미술학원을 실내로 치고, 헬스클럽의 구역을 실외로 치기 때문이다. 운동..

글(文) 2020.12.08

2020 경자년 추석

2020 경자년 추석 코로나가 먼저 귀성길을 막았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뒤를 이었다 (내게 해당하는 그 액수면 아무 선물 상자나 곱절로 살 수있다) 도로가 수입원이 되는 지구에 살고 있다 잘못이 없는데 글러먹은 문명이 있다 지구에만 있는 코로나19 도로가 없는 경로를 따라 고향길 자동차 보다 빨리 달린다 추석이 뭔지도 모르면서 마스크를 요구하고 비대면을 촉발한다 자기는 내지도 않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수납하게 한다 도로와 코로나의 상관관계 추석에 제대로 이르게 했다 달이 둥글게 뜨고 단풍 위에 햇볕도 농후하게 들러붙는데 빛도 색도 없는 주제에 귀성객의 발목을 잡는다 추석이고 뭐고 꼼짝마! 암기를 겨눈다 그 촉수에 찔리면 엄마와 아부지가 불안하다 여친의 스마트폰에 커피가 엎질러진다 올 추석은 비접촉 송편을 먹..

포토샵 2020.09.29

이슬 아침

다섯 시 언저리 여름 아침 일제히 동쪽을 바라보며 깨어나는 집들의 숲을 지나 장마 구름 밤새 가림막 친 하늘 아래 오로지 달 때문에 핀 달맞이꽃 산책로에 들어서면 장맛비 섞인 물빛 말말 속삭이던 직지천 여울 초입 낯설게 모처럼 나란히 서 있는 잿빛 왜가리와 흰 모시 색 백로 인종 차별 없이 물고기 수를 나누고 있었나 보름달 밤 수상하게 밀어 한 사발 나눠 뜨고 있었나 그 와중에 침방울 마스크도 안 쓴 채 잊지 않고 사회적 격리 사이로 여울 언어 은빛이다 겉잠 한 번 들지 않고 이슬 낱말 촘촘히 받아 꿴 갈대의 대면 학습 내용이 푸르다 못해 서늘하게 맑은 코로나 팬데믹의 아침 이슬 문장으로 핑크 빛 꿈을 흠뻑 내리 적고 있는 핑크뮬리조차 아직 그린뮬리 학습 중인 천변 야외 자연 교실 농작물 경작 금지 나뒹..

글(文) 2020.07.05

Post-covidism

코바이디즘covidism 비대칭 화면에서 인물의 배치는 차가운 추상을 연상 시켰다 색깔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치밀한 조화를 구현해 냈지만 간격 보다는 외면에 각도를 더 할애했다 뭉크의 절규를 패러디한 전기 코바이디즘 화풍이었다 황사 마스크를 오브제로 화제에 붙여넣기한 중기 코바이디즘 화풍에는 기침으로 붓질의 속도를 조절했는데 침방울을 드로핑하여 화면의 질감을 높여갔다 메이드 인 차이나 안료에는 레드부라운의 가래가 점액질을 구성했으며 미세한 붓질까지 점점 세밀하게 감정의 골을 작품에 상감하고 있었다 반복하는 봄이 올 때마다 아틀리에 갇혀 안료를 덧칠했으며 계절에 상관 없이 회색 안료로 화면을 덮을 무렵 작품 구성에 정물의 간격을 주제로한 한국발 화풍이 발현했다 대칭의 관계에서 풍기는 미의 각도가 화면 가..

글(文) 2020.05.28

져 간 목련을 추억하다

져 간 목련을 추억하다 여덟 장의 마스크는 모두 흰색이었다 찬바람한테는 주먹을 내 보이듯 도톰하게 접어 두었다가 녹색 가운 걸치기 전 얼굴 먼저 피는 꽃들이 쉬쉬 바다를 건너 오는 감염 소문에 조심 조심 귀를 열 때였다 가지마다 촘촘히 여덟 장을 깨끗이 펴 놓았다 주먹질을 비켜 온 바람이 흔들면 나부끼면서 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는 새들의 기침과 미열 오르는 햇볕 골목을 빠져나오는 증상의 모든 입에 꽃가루 묻혀 씌웠다 빵집에 들른 두통이 건널목 앞에 섰을 때 한 장 던져 주고 잠깐 집을 나온 격리에게도 한 장 삼 층에서 내려다 보는 의심한테는 네댓 장의 배달을 작정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택배의 정수리에 한 장 던진 조준이 빗나갔지만 한 구간 떠맡은 꽃들의 힐링 미소 몇 날 며칠 마지막 한 장까지 다 던져 주고..

글(文) 2020.05.11

풀색 바이러스

풀색 바이러스 나무를 숙주로 삼고 있었다 겨울 동안 지면 아래서 렘수면에 빠졌다가 봄에 뿌리를 첫 감염의 풀랫폼으로 정했다 작년 실행 파일 빼곡한 기둥을 경로로 가지까지 이르는 회로에서 곁가지 하나 감염 완료할 때마다 꽃샘바람을 비프 음으로 활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해를 건너온 코로나가 열아홉 왕성한 혈기로 사람을 검진하고 있었다 가지끝에서 발진을 시작했다 차츰 번져 나무 전체를 덮고 작은 풀까지 확진하더니 들로 산으로 번져 나가 연두색 올리브색 녹색 초록 기침으로 뒤덮었다 흥 흥 풀색 싱그러움을 앓아 뉘였다 마스크도 안 쓴 채 창턱에 앉아 햇볕을 임시 백신으로 접종하던 내게 각막에서부터 망막을 뚫고 어느 혈관을 타다 목덜미를 지나 위의 점막까지 다다랐는지 모른다 마신 녹차가 생각을 녹색으로 날염하 듯 ..

글(文) 202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