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435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십사 층 아파트 베란다 오십일 킬로그램의 몸무게가 불법인지 이 높이에 서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아래 단단한 납빛으로 버티고 누운 콘크리트 바닥은 날마다 오르는 이 높이가 달갑지 않은지 늘 발부리를 잡아당긴다 어질어질한 나는 발목을 버팅기고 난간을 굳게 잡지만 정신 줄이 흔들린다 줄 없이 매달려 살아온 눈치로 일 층에서부터 꼼꼼히 열네 번의 구직을 읽는다 내려갈 때도 줄에 매달린 승강기의 무게를 가지런히 알아서 가눈다 어느 층에서 불안이 무거워졌을까 빠뜨린 층의 호 수처럼 이빨 수가 어긋나는 직립의 매무새 바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바닥의 신호가 닿지 않는다 다부지게 물고 늘어져도 아래를 살피면 묽은 피의 무게가 밑으로 쏠린다 벗어던지면 날 수 있다 날 것이다 날 수 있을 것이다 혈관의 불끈 성질만 높은 ..

글(文) 2011.08.27

시마을 문학

제목 커피를 내리며 커피를 내리며/ 淡友 나는 황인의 주술사 원두 속에 웅크린 원주민을 불러낸다 그 몸에 간직한 검은 바람 강렬한 햇살 한 스픈 두 모금 석 잔만 주문을 건다 커다란 눈동자는 수심 깊어지고 출렁이는 두려움에 제단이 덜걱거린다 '라하 케결정 을간순 이 여피 은검' 그 몸을 빠져 나온 사막이 깔리고 모래 언덕을 넘어 오는 영혼이 거름 종이를 건널 때 절정으로 치닫는 주문, 한 방울만 이 씨씨만 세 컵만 사막의 샘이 제단을 적신다 정갈한 찻잔에 받치는 가장 경건한 시간 원주민의 별 같은 이빨이 딸깍딸깍 찻잔을 깨운다 문명이 익을 때부터 조금씩 반짝이던 소리 식인의 기억이 노을처럼 은밀히 정글을 뚫고 바다를 건너 빌딩 숲을 지나 전라의 영혼을 나른다 '검은 피여 이 순간을 정결케 하라' 오래 그..

글(文) 201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