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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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雨雪 sleet

봄이 불러서 비가 응응 오는데떠나지 않은 눈이 설설 행짜 부리나비의 맨살 어깨 위에 찬 손을 얹고같이 내리자함께 적시자분명치 않은 세상 기후우리 몸을 섞은들우산 즐겨 쓰는 사람들과차를 모는 인간들과날씨와 상관없는 모리배들까지우리라도 덮어 줘야지뻣뻐하게 메마른 성질 촉촉하게 적셔야지왜들 사막처럼 사는지 몰라어째서 신념이 사구아로 선인장인지풍부한 침샘과 넉넉한 눈물 없이 이놈 니놈 살아가는 무리 위에같이 내리자함께 적시자밤중에 천둥까지 왔다 간 비와 눈이 자웅동체 낳았다.

글(文) 2025.03.03

봄은 비가 부르나

내가 봄을 오라고 해도봄의 언어가 나와 달라서내가 그 문장을 잘 읽지 못해서 비가 대신 읽어 주나수은주가 콕, 볼을 찔렀는지밤 구름 뒤에서 달이 크롭 탑 비의 맨허리를 쿡, 질렀는지 언제나 맨살로 닿는 비가 무차별 내게 꼰지르네머리에서 어깨 아래 발끝까지봄이 요만큼 오고 있다고 문해력이 형편 없는 나를 가여운 듯이봄의 글발을 조곤조곤나지막한 소리로 읽어 주네 나는 귓바퀴가 젖고 나서야봄의 콧등이 이마에 닿는 걸 알아차리네 입 안에 넣을까 쭈뼛거리네.

글(文) 2025.03.02

십리무중 十里霧中

8킬로미터 폭으로 안개가 끼어 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입춘 소식이 한참 지났다. 오던 봄이 어디로 갔는지 뿌연 길섶에 바람만 차다. 나라 안의 곧은 길에 날씨가 안개를 치는지. 수 많은 입들에서 나오는 입김이 안개를 펴는 건지. 추측과 신념에서 뿜어 나오는 주장들이 일으키는 안개일지도 모른다. 판단과 주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조작으로 부풀어 오르는지도 모른다.  단핵 정국에 매일 뜨는 태양조차 안개에 가려져 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 아니라 십리무중(十里霧中)이다. 미디어 화면과 화면이 연일 시비를 가리고, 앞길과 옆길이 대립해 부르짖고, 판단이 지혜를 건너 의혹에 빠지는가 하면, 논객이 논리를 뛰어넘어 교만에 빠진다. 혜안(慧眼)을 갈구하던 순수들이 편을 갈라서서 푸른 길섶으로 아전인수의..

글(文) 2025.02.25

의식의 重疊 overlap each other

꽃샘에서 나온 생각이 뇌리의 길섶을 따라 머릿속으로 들어올 때 그 동선 아래 병행하는 봄이 깔려 있다.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면 볼의 피부 밑에 한기와 나란히 마주하고 있는 온기와 같은 형국이다. 이 겹침의 두 의식의 사이 안에는 삭제할 수 없는 동수상응(動須相應)이 있다. 꽃샘 한기의 높낮이(강약)에 따라 봄을 서둘러 느낄 것인지, 봄 생각을 아예 안 할 것인지 가늠하기 때문이다. 종종 까맣게 잊고 있다가 불쑥 봄을 상기하곤 한다.   이른 봄에 활짝 피는 흰 목련을 바라볼 때, 순백하고 탐스럽다는 생각 밑에는, '비바람 불면 금방 떨어질 거야' 라는 예상이 깔려 있다. 흰 꽃잎이 질 때면 보기에도 처참할 정도로 추(醜)하다는 기억이 조만간에 보기 좋았던 생각 위로 떡하니 솟아오르는 것이다.  좋은 ..

글(文) 2025.02.23

나의 출신 성분은 감자

우리 나라 16도(경기도,강원도,충청남북도,경상남북도,전라남북도,함경남북도,평안남북도,자강도,양강도) 중에서 남북에 걸쳐 제법 큰 강원도의 별칭은 '감자바위'다. 유사이래 육이오 전란 앞뒤 화전(火田)이 많았고, 산악지대의 건조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감자 재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거의 주식(主食)이라 할 정도로 열악한 살림살이 시대에 효자 식품이었다. 감자떡을 비롯해 감자전, 감자범벅 등 한동안 서민의 음식으로 든든한 바탕이 되어 왔던 뿌리채소의 하나였다.  감자 전분을 내어 빚은 감자떡은 식감이 쫄깃쫄깃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재질감이 투명하여 보기에도 깔끔하고, 팥이나 깨, 밤 등을 넣은 소와 어우러지는 맛의 풍미가 일품이다. 시루에 쪄서 내면 약간 거무스름 회색빛이거나 짙은 회색이어서 송편 및 일반 떡..

글(文) 2025.02.21

나의 확증 편향 確證偏向

내 삶의 길섶을 지나간 내 나라의 대통령이 현재 열세 명이다. 첫 대통령은 세 글자의 이름과 휜 머리 그리고 흰 두루마기 모습으로 헐벗은 내 유년의 길섶을 풀잎 하나 거드리지 않고 지나갔다.  두 번째 대통령은 이름 석자와 어정쩡한 모습으로 조금 자란 유년의 정강이 아래를 슬그머니 지나갔다. 세 번째 대통령은 깡마르고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와 성장한 내 투표의  방향을 틀어 쥐고 지나갔다. 데모와 최류탄 연기가 자욱했지만, 누가 그 억압아래 청춘을 앗기든 나는 내 아버지의 근면으로 쌀밥을 배불리 먹고 학교까지 풀코스로 다닐 수 있었다. 네 번째 대통령은 그 가 왜 힘없는 통수권자가 되었는지 어렴풋이 아는 사이에 길섶의 가을바람처럼 지나가 버렸고, 다섯번 째 대통령이 대머리를 치켜들었을 때, 어? 저 사람이..

글(文) 2025.02.20

눈 이불 덮고 잠든 초가

설경 사진을 검색하다가  '전남 장성'의 한 시골 마을의 초가 풍경을 캡쳐했다. 아직 사람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집입로와 두터운 눈에 덮힌 초가 지붕 아래 인적 없는 벽과 출입문아 고즈넉해 보였다. 아침일까 한낮일까 새조차 날지 않은 갈색의 뒷산과 겨울 침옆이 우중충한 분위기가 깊은 적막을 두르고 있었다. 저 마을에 들어서면, 사람을 찾기 전에 그 고요한 분위기에 젖어들어 호젓한 감상에 빠져들 것 같다.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귀에 담으며, 어쩌면 두고온 그리움 하나 기억의 갈피에서 걸어나와 가슴 포슬포슬 눈이불 걷어낼 것 같기도.................내 머릿속에 영구 저장된 유년시절의 고향의 초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수채 풍경화 2025.02.19

예원상자접기

초2 예원이가 우연히 시연한 상자~^^*     세모+세모 & 뒤집어서 네모+네모   오므려서  아래와 같이 접는다 & 뒷면 동일   요렇게 되는데   올려접고   펴서 눌러 주고   아래와 같이 올려 접어 주면 & 뒷면 동일  이면을 양쪽으로 벌리면 접을 곳이 또 나옴  또 요렇게 접어 주고                     그런다음 이렇게 접어 주면    안에 손가락을 넣어 펼치며 모서리를 조물락조물락 매만지며 다듬으면 완성!양모서리 가운데 세모 부분을 펼쳐 주죠.~^^*

달빛 새벽

오늘을 시작하는 전등을 끄자이미 밤부터 와 있던 오늘이 달을 켜네일찌감치 공전(公轉)의 버튼을 눌렀을 거네잊어버린 하루가 없었듯이오늘은 어제부터 내일을 일정표에 넣었을 텐데 나는 새벽이 뿌연 오늘 일정의 거실 바닥에 앉아웅크렸던 어제의 결핍을 소매부터 펴네걸어갈 시간의 길이 넉넉하게 가랑이를 펴네 오늘과 타협을 하네내 머릿속 미로에 걸어오고 있는 봄을도파민 젖은 풀잎으로 만나게겨울 수잠 깊은 뉴런의 골짝에서생강나무 꽃 움으로 입맞추게음험한 계획을 네 일정에 넣어달라고 오늘이 달빛 아래 조건을 적네대단한 것 보다 소소한 제안이라고쓸데 없는 자신만만 따위 책상 위에 임시저장하라네나중에 불러오면 수정해서 은연자중하라네 바른 자전(自轉)을 하며 달이 아드레날린 걸음으로 제길 걸어 가고나면햇살에게 살가운 사람이 ..

글(文) 2025.02.16

比較의 誤謬 error of comparison

한 여검사가 헌재 과정의 피의자 진술 시간에 대해 피력한 소견 기사를 보고, 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탄핵 피의자의 진술시간 '3분'을  재판관이 묵살한 것에 대한 법적 견해를 밝힌 것인데, 그 지적이 틀린 게 아니라 비교한 전례(前例)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일제(日帝)의 수괴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최후 진술 시간을 1시간 반이나 주었다는데, 3 분조차 내어 주지 않은 헌재의 재판관이 그 일제 재판관 보다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그 지적이 이상하다는 건  양식 있는 현직의 검사가 어떻게 100여 년 전 일제의 재판 전례를 현재에 비교하여 재판 과정을 왈가와부할 수 있는지부터였다. 더구나 한 나라의 운명을 걸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일으킨 거사에 대한 재판의 위상과 현재의 탄핵 피의자의 진상을 놓..

글(文) 2025.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