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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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아직 새지 않았네

같은 날의 해가 뜨고초승달이 뜨고별이 반짝였으며 지구는 변함없이 자전하고 있었네 한강(漢江)조차 긴 모습 그대로 흐르는데 스스로 뜨지 못하는 청맹과니들과자력으로 돌지 못하는 사람의 아류들이축제의 응원봉 불빛거리의 가로등 하나 제 손으로 켜지 못하네  북한강 남한강도 두물머리서 그대로 함께 흐르는데 맑은 지하수 만큼도 못한 두 갈래의 탁류가 어두운 밤의 골짜기를 흐르네  @#ㄲ$%945ㅑㅕ0345-1038`$%^^^&&*  낮에 일하는 사람들과 밤에 쉬는 사람들이 모여 해 닮은 아침을 켜네 개밥바라기 닮은 저녁을 켜네  내일은 어김없이 동이 트겠지 변하지 않는 맘같이 아침이 오겠지꽁꽁 닫힌 얼음장 같은 시절이 가고  민초의 풀색 같은 봄이 오겠지 서울의 밤그 밤은 아직 새지 않았네.

글(文) 2024.12.10

공복公僕 public servant

우리가 선거 시스템을 통해서 투표로 뽑은 국가 수반(首班 the head)은 정치 행위의 제일-첫 번째 대상이 두말할 것 없이 국민일 것이다. 자기가 조각한 정부나 정치적 인연을 가진 정당의 운영과 지속력(持續力)을 도모하는 건 그 다음으로 치더라도 지도력에 흠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개인적인 안위와 속셈을 위해 국민 정서와 다른 획책을 자행한다면 국가 수반으로서의 덕행(德行)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기를 추대한 민심의 실망과 반목 앞에 외로히 서기 십상이다. 적어도 선택을 받았다면 그러한 길목에서 서성이지 않을 만큼 영민한 인물일텐데, 유아독존(唯我獨尊)의 한길에 들어서면 길섶의 나무와 꽃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민초(民草)라 하지 않던가. 그러면 그는 벌 아니면 나비다. 벌새라고..

글(文) 2024.12.07

엄히 경계함

내가 우리 세상에  알려진 후나의 모든 짓이 뻘짓이 되는 때가 있네 세상의 입에 맛있는 말꺼리가 되네씹을수록 은하수 향이 나고삼키면 배탈이 나는데대개는뱉어낸 펠릿들이 길가에 쌓이네 미화원 아저씨도 치우기 꺼리는박하향 겉바른 라플레시아(Rafflesia) 꽃 같은지나간 나의 짓들이 재생되어 냄새를 피우네  나도 사람 너도 사람 그도 사람사람이면서도 사람 같지 않은 짓을 하다 보면이 세상에 없어도 별일 없는 사람으로사람 같지 않은 탓에사람이 된 불행이 있네 세상에 나왔으므로사람이 희망인 세상에서적어도 사람만한 사람이 되려하네.   * 권력의 수반은 누구를 위해 계엄을 자행했을까.

글(文) 2024.12.05

백지白紙white pages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날이 있다생각할 수 없다는 날만 생각한다그 걸 생각이라고 믿지 않는 생각을 한다생각 자체를 잊은 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있는데 없다는 생각을 한다그  생각마저 하지 못하면 내가 세상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이 있어서 내가 있는 것일까내가 있어서 세상이 있는 것일까내가 있어야 생각을 하고생각을 해야 세상이 있다 내가 없는 세상이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생각하지 않아도 있었던 생각을 한다내가 생각하지 않으면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는 걸 생각한다   생각을 인지(認知) 해야만 생각이 시작된다생각이 있어야 땅이 있고, 해가 있고, 별이 뜨며 달 아래 산이 있다 결국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날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생각하지 않으면 생각이 없다는 생각을..

글(文) 2024.12.03

11월의 폭설

눈이 오면저절로 창밖에 눈이 가네오는 길목과 가는 갓길이 만나면우두커니 멎는 눈(目)에 눈(雪)이 닿아 눈시울 젖어본지 오래여서이참에 습설(濕雪)을 핑게삼네눅눅하게 쌓이면 가슴에 무게로 안겨주저앉을 구실을 찾네 갓길 모퉁이 돌아가는 찬바람 따라한동안 서 있던 초록 신호등 앞눈발이 사선을 그을 때동그라미 치던 기억이 17년 만이네 간혹 저물었던 진눈깨비 시절가로등 아래 서면 기억은 자꾸 불 켜진 3층 창 아래 머물고어깨 다 젖으면 보송보송한 문자가 내리던 화면   정지 화면에 가득차는 기억이 하얗네덮힌 건 모두 반성과 후회와 아쉬움미끄러운 건널목 건너가오늘도 살아낼 몫을 톡톡히 하네.

글(文) 2024.11.28

가을 안녕~ 적시는 가을비

단풍 물들일 만큼 들였고땅 위에 낙엽 글 적을 만큼 적었고이제계절 뒤안길로 돌아갈 채비로갈게 가라 가거라 자기를 빗물 묻혀 쓰고 있는 가을 아직껏 남아 있는 낙엽을 읽을 때면봄 여름이 어디쯤 갔을까흐드러지던 꽃과염천의 땡볕과벌거벗은 무더위가 칼춤을 추던 기억그 콘서트에 폭우도 참석했지 가을이 낙엽무늬 쉬폰 원피스 모드로 왔을 때가로수 런 웨이 굽이마다 발목 붉게 발맘발맘귀 옆에 꽂은 코스모스마저 살사리 살사리했는데 이제 그 빨간 입술도 안녕을 쓰고 있다높은 산에 흰 눈으로 댓글을 달고 있다 아쉬운 건 단풍이 아니라일상의 책갈피에 낙엽 메일 한 잎 끌밋하게 넣어 둘 걸 잊었기 때문이다 우산 쓰고 나가 볼 기억이 밖에 있는 날바람이 비를 지운다.

글(文) 2024.11.26

고백 告白confession

바깥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이 땅 위에 있음을 알리고, 연결 되어 대화를 할 수 있는 경로가 SNS LINE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페이스북, 인그타그램) 뿐이었다. 나를 세상 안(어쩌면 진짜 세상 밖일지도)에 가둔 것은 지독한 결핍(缺乏deficiency)이었기 때문이다. 세상 밖 모든 활동에는 동전이 구르고 지폐가 펄럭였는데, 맘껏 굴려 볼 동전 하나, 바지랑대에 널어 나부낄만한 지폐 한 장 헌옷 빨래 만큼도 희망 안에 들어 있지 않았다. 숭숭 뚫린 결핍의 삼베바지를 입고 늦가을 삭풍에 뛰어놀던 유년시절부터 서울로 간 학창시절 버스표(학생회수권) 떨어지면 20여 킬로미터 걸어기던 검정 교복 시절과 커피숍이나 카폐에 가는 건 사치스런 일탈로 밖에 여길 수 없었던 검정 물들인 사복의 석고뎃생 유화..

글(文) 2024.11.24

가을 끝 페이지에서

단풍 물든 나무에 가을이 달려 있다. 나무가 일상의 잎을 벗어 던지면 가을도 한 해의 생활을 마치고 세월의 뒤안길로 가버리겠지. 흐르는 시냇가 수면 위에는 차가워진 바람이 물비늘 밀어가고, 높은 하늘도 우후후 추운 것일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떠 있던 흰구름도 덩달아 물속으로 내려앉았다.   내 마음 속에 자라는 나무에도 노르랑 붉으랑 달려 있는 늦가을 상념(想念)들이 바람에 시린 발목으로 가라앉는다. 공간에 떠돌던 감기 바이러스도 덩달아 코밑으로 스미어 든다. 삭풍이 펄렁펄렁 겨드랑이 아래를 들추면, 피부 아래 저장 되어 있는 늦여름 더위가 꼼지락거린다.  마음의 갈피가 한참 얇았던 그 더위와 시냇가의 철새들......물가의 모래밭에 여럿이 앉아  해바라기하는 물오리 떼 가슴에도 스산해진 가을이 ..

수채 풍경화 2024.11.22

강江River은 멈추지 않는다

남한강南漢江이북한강北漢江에게내게 흘러오지 마북한강이 남한강에게네 몸에 닿지 않겠어 나의 수질(水質)은 너 보다 낫다나도 너 못지 않다구불구불너 참 길다너는 짧냐? 그런 적이 없다금강산에서 내려오고대덕산에서 출발해두물머리(兩水里)에서 몸을 섞는다 한강(漢江)이 그들을 하나로 안아준다해가 오천 년 뜨고 지는 동안품안에서 내친 적이 없다  한 강(韓 江)의 글발이 멈추지 않듯이.

글(文) 2024.11.21

옛 고향 집 My old home

왼쪽부터 측간-황색연초 건조실-사랑채-안채-나락 저장고(파란색)-디딜방앗간으로 구성된 고향집. 지금은 측간과 건조실이 대형 차고로 바뀌었고, 사랑채는 그대로인데 안채는 리모델링으로 외관과 내부가 완전히 달라졌다. 파란색 곡물저장고와 디딜방앗간이었던 건물도 사라지고 농작물 야외 저장 창고로 바뀌었다. 오른쪽은 텃발으로 아직 그대로다. 사랑채 앞 바깥마당에은 콤바인 가을걷이를 하기 전 탈곡기로 나락을 털던 황토바닥이었다. 마을 앞 개울로 향하는 논두렁길이 이어져 있다. 뒷산에는 수령이 수십 년 되는 밤나무 그리고 갈참나무 소나무 등으로 우거진 잡목 숲이 울창했다. 한여름이면 꾀꼬리가 옥구슬 노랫소리를 들려주었고, 까치집 까치는 텃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접동새의 밤이 깊으면, 구슬픈 그 울음소리에 잠을 깬..

수채 풍경화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