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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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문

강변 둑길 섶 따라 활짝 까르르 아르테미스 눈빛에 얼굴 열어젖뜨린 달맞이꽃 애교살 아래 아늠살 흘러 목덜미 쇄골까지 눈부시게 빛나는 예스 예스 좀더 가까이 밤새도록 노오란 체온 달였어요 열린 게 가슴 뿐이었을까요 달 밤새 걸어와 지나치지 못하고 서성이네요 아미가 된 저들의 꽃앙큼 미소 행짜 화르르 슈퍼 문이라더니 달 안색이 하애졌어요 쏙 밤새 살이 반 뼘이나 빠졌어요.

글(文) 2023.08.07

문득 입추

창가에서 귀뚜라미가 버스킹하고 있네 지난해 발매한 곡 리메이크한 곡 가을 예보 가사 짝에게 열매로 가는 길 앞서는 내용 달콤한 즙과 향기 넘쳐 흐르네 베란다 귀퉁이에 한 팀 더 있네 편곡을 했는지 아다지오 돌체 복숭아 밭을 지나 사과밭에 이르네 같은 후렴 반복하며 뚝뚝 흐르는 붉은 음성 내 귀에 황금빛 귀지가 간질간질 익어가네 귀뚜라미들 노래에 무더위 실어 폭염 폭우 극한 기억 아침 앞산 넘어가네 위기를 건너 낮 공연 중인 매미에게 마이크를 넘기네.

글(文) 2023.07.31

참매미가 노래하지 않는다

장마전선의 전황이 소강상태다 사격을 멈춘 비는 북서쪽으로 후퇴해 있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저기압에 밀려난 고기압이 햇살과 연합전선 펴지만 저기압 골짜기에 무더위가 합세했다 말매미가 잿빛 공간을 달리고 애매미가 따라 진격의 나팔 부는데 장마전선의 참상에는 진실이 없는 것일까 참매미의 반전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고기압 어느 골짜기에 숨어서 침묵하고 있을까 맑고 싱그러운 목청의 밝은 노래가 그립다 어느 전선에서든 전황은 바꾸기 마련 햇살이 눈부신 날이면 컴백할까 쓰름매미마저 아직 음원 차트에 오르지 않았다 참매미의 제1집 가곡 발매를 기다리며 장마전선의 북상 소식을 듣는다. note: 경북 김천 직지천변 마을에는 8월1일에 참매미가 노래를 시작했다 그 악장에는 성하(盛夏)의 뙤약볕 더위가 점점세게, 점점 여..

글(文) 2023.07.23

눈부신 잡초

밤새 긴 비 맞은 강아지풀 길가의 화단에 녹색 카펫 깐 잔디 이슬이 된 빗방울 시스루 언더붑 입었다 비가 신경을 썼다 햇살이 거들었다 비가 미안했을 것이다 긴 잔소리 퍼붓다가 하늘의 이성(理性)을 옳게 전달 못해 장마의 마법에 홀렸다 여름이면 비키니 수영복만 못 입혔다 마법 풀린 아침 젖은 모든 것들에게 햇살 담은 구슬 옷 입혔다 꺾어지고 부서지고 휩쓸린 어둠을 벗기고 모두들 빛나게 손썼다 이름 낮은 풀들이 더욱 찬란하다. -처음으로 '재난구호협회'에 '호우피해이웃돕기 성금 모금'에 약소한 성금을 보냈다. 올 장마와 폭우는 정말 심각했다.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이상 기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재민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 맘 편하자고 낸 성금이었다.

글(文) 2023.07.19

긴 비

오네 비가 제 때 제 멋으로 길게 염치없이 배려없이 낮에는 띄엄띄엄 쉬다가 밤에는 사이사이 졸다가 쓰네 비가 제목 굵게 소제목 길게 고치지 않고 깊이 생각도 않고 두음법칙 전설모음화 없이 본문 장장 멋대로 띄어 적다기 사이시옷 삽입하다가 폭언을 쓰네 불특정다수 거리에 실시간 마을 집집마다 묻지마 물난리 치네 못 고치는 버릇 막무가내 ^&*&*())0000*(*%#..... 흠뻑 지나치네. ---------------------------------------------------------------------------------------- 긴 비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현관을 나서는 길이었다. 골목 소방도로 한 가운데에 우산을 받쳐 쓰고 가만히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연한 주홍색 우산 아래 파마한..

글(文) 2023.07.14

강아지 샵

나는 다 보이는 공기 안에 갇혀 다 보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는 개를 보네 개는 다 보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다 보이는 공기 안에 갇혀 있는 나를 보네 우리는 서로 다 보이는 공간에 갇혀 서로 바라 보네 나는 공기를 뚫고 시선을 내 보내 유리 상자 안으로 들여보내면 뚫고 들어온 내 동공을 개가 제 눈 속에 집어 넣네 개가 유리 상자를 뚫고 눈빛을 내 보내 공기 안으로 들여 보내면 뚫고 들어온 개의 눈동자를 눈곱과 함께 내 눈속에 집어 넣네 내 눈에 눈곱이 끼네 함께 들어온 개의 온몸이 근지럽네 긁을 수 없어 껌뻑이는데 내 눈빛을 눈 속에 집어 넣은 개는 알러지가 생기네 견딜 수 없는지 앞발 들고 버둥거리네 오줌과 똥에 앉았던 내 눈빛은 바르르 변의가 솟네 서로 다르게 갇혀 있어 같이 예민하네 갇..

글(文) 2023.07.08

생각하는 아침

땅 위 생명의 모든 존재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일요일 아침이면 삼 층에서 일 층까지의 습식 인조대리석 계단을 닦는다. 건식 대리석이 아니라서 물청소를 하지 않고 대걸레와 수건으로 일일이 닦는다. 층계참에서 층계 하나 하나 닦다 보면, 모래나 먼지 외에 벌(바다리), 나방, 파리 등의 사체를 쓸게 된다. 심지어 작은 거미줄 집을 지은 실거미나 쥐며느리 같은 벌레도 포함 되곤 한다. 그들은 어느 날 열린 현관문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는 나가지 못하고 아사했을까. 갈증에 말라죽었을지도 모른다. 층계참에 다육이를 포함한 화분이 놓여있었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됐던 것 같다. 방충망 친 창이 열려 있어 바깥 공기가 통하고, 방충망 없는 프로젝트 창문이 빠꼼히 열려 있었지만, 그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인조대리석 ..

글(文) 2023.07.02

고향 도서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한 도서관을 발견(?)했다. 내고향 강원도 홍천군 남면 소재지의 '남면 도서관'!!!!!!!!!!!!!!!!!!!!! www.hongcheon.go.kr/library/nammyeon 지인(知人)을 만난듯 반가웠다. 타향 김천(경북)에 살면서 멋지고 우람한 시립도서관을 즐겨 열람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발견한(신대륙 버금가는 발견^^*) 고향의 자그만 도서관은 아담하고도 예쁜 모습이었다. 고향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때는 없었던(꿈도 꾸지 못했던) 도서관이었다. 서점(書店) 한 곳 제대로 없이 건너온 학창시절이었다. 그 곳에 '지혜(知慧)의 숲' 같은 도서관(圖書館 library)이 생기다니! 고향의 문화와 발전이 한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즉시 회원..

글(文)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