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작은 몸으로 커다란 힘을 지탱하는 한 부분이 되는 벽돌 벽돌 조담우 삶의 높이를 쌓을 때 단단한 높이의 초석이 되라고 울 엄마 아부지 단칼에 탯줄 자르고 양수 털어 햇살에 말린 내 몸 전생에 흩어진 잘잘못 모아 허술한 기운 뿔 돋지 말라고 꾹꾹 다져 마침내 단단한 육질과 가벼운 소.. 글(文) 2018.10.31
계절 뒤로 떠난 이웃들 따뜻해지는 내년이면 다시 만날지 모르지만, 올해의 눈앞에서 멀어져간 이들 겨울잠에 들기도 하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보다 그림으로 더 잘 기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림이 서툴 때 블로그에 간직하는 과정으로 위안을 삼는다. 내년엔 새로운 반가움으로 만날 수 있을까. 글(文) 2018.10.27
고향집 장독대 할머니로부터 어머니를 거쳐 지금의 종부에 이르기까지 햇살 바른 뒤란의 울밑을 지켜온 고향 집의 장독대. 호박꽃이 필 때 된장잠자리 밀잠자리 종종 와서 앉았다 가고 메뚜기가 왔다 가고 배추흰나비 제비나비 호랑나비 하늘빛 부전나비도 앉았다 갔다. 무엇에 홀리듯 뒤란으로 돌아가면 소금 맛 섞인 장 냄새 다가와 코밑을 간지르는 장독 할머니의 손이 스쳐갔고 어머니의 막장 찌개 냄새가 지나갔고 고향을 찾을 때면 여전히 막장 냄새 끓는 종부의 손길이 구수한 고향집의 맛의 역사가 고스란한 장독대. 캔버스 100호에다 몇 날 며칠 유화 안료를 처발라 그린 동기가 충분했다. 호박꽃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뒤영벌(호박벌) 소리가 한겨울 싸락눈 쌓이던 장독 뚜껑 위의 눈오는 밤의 소리도 기억난다. 글(文) 2018.09.12
어느 흐린 날의 저물녘 먹구름 사이로 빛나는 석양이 쏟아진다. 경북 김천의 직지천 냇가에서 강변공원 쪽으로 징검다리를 건널 때다. 여름은 곧잘 하늘에서 오페라를 공연을 한다. 움직이는 무대 장치가 역동적이다. 종종 찬란하다. 지구의 관람객인 나! 징검다리 돌 위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나오는 칼라프.. 글(文) 2018.09.03
오랜 된 그림 수십 년 전에 그린 장미꽃 유화(油畵) 캔버스 더미를 정리하다가 찾아낸 작품이다. 투박하고 거친 유화 안료의 성질이 표면 질감을 이루어 마치 오랜 친구처럼 꾸밈없이 친근하다. 장미가 장미답지 않아서 꽃병이 꽃병답지 못해서 친근하다는 이 반감.................. 그릴 때는 몰랐다. 오래.. 글(文) 2018.08.22
어떤 주검 폭염이 한창일 무렵 밖에서 창 안으로 연결 된 인터넷 전선의 창틀과 밀착된 부분에 몸이 낀 채 죽은 방아깨비.... 가까운 공원 풀밭에서 날아와 전선을 붙잡고 앉았다가 뜨겁게 달아 있는 대리석 벽과 샷시 창틀의 열기에 숨을 빼앗겼을 것이라는 추측. 나는 종일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었.. 글(文) 2018.08.17
시스템의 원본 아기 호랑이와 토끼들의 동존(同存) 양육강식의 먹이사슬 밖에서 구현 될 수 있는 광경일까. 원래 우주 시스템은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신(神)은 어째서 공존하는 것들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살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성한 것일까. 혹시 이 시스템은 테스트 용이고 천국이라는 다른 .. 글(文) 2018.08.11
돌아보지마 넌 갈 수 있는 길을 가는 거야 종점이 보일지라도 거기서 멈출 예정을 버리고 지나온 길섶에 꽃이 피어 있을지라도 새가 머물러요 노래할지라도 넌 가야만 하는 길을 가는 거야 동물의 길은 앞에 있고 움직여 가야만 해. 돌아볼 때는 도착해서 결정할 문제야 도착이 끝이 아닐 때에는 길이.. 글(文) 2018.08.03
폭염 아래서 얼마나 뜨거운지 어쩌다 내려 앉았다가 그대로 영면해 버린 풍뎅이. 내가 살고자 한 집의 옥상 바닥에서 곤충들이 죽어간다. 비 새지 않게방수 우레탄을 칠한 옥상 바닥은 염천 더위에 지옥불 같았을까?때로 꿀벌, 딱정벌레 , 거미의 사체들도 보인다.지구를 파괴하는 유일한 종이 사람이.. 글(文) 2018.07.25
사자 그리기 중2 원생이 사자를 그리고 싶어 했다. 수채화로 그릴 때는 '그리지 말고 묘사(描寫)를 하라.' 형태를 선(line)으로 잡으면 그리는 게 되고, 면(面)으로 잡으면 묘사가 된다?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면으로 칠하면서 갈기와 털을 묘사해야한다. 색감을 풍부하게 살려야 하고, 명암과 비례도 신.. 글(文) 2018.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