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331

고향집 장독대

할머니로부터 어머니를 거쳐 지금의 종부에 이르기까지 햇살 바른 뒤란의 울밑을 지켜온 고향 집의 장독대. 호박꽃이 필 때 된장잠자리 밀잠자리 종종 와서 앉았다 가고 메뚜기가 왔다 가고 배추흰나비 제비나비 호랑나비 하늘빛 부전나비도 앉았다 갔다. 무엇에 홀리듯 뒤란으로 돌아가면 소금 맛 섞인 장 냄새 다가와 코밑을 간지르는 장독 할머니의 손이 스쳐갔고 어머니의 막장 찌개 냄새가 지나갔고 고향을 찾을 때면 여전히 막장 냄새 끓는 종부의 손길이 구수한 고향집의 맛의 역사가 고스란한 장독대. 캔버스 100호에다 몇 날 며칠 유화 안료를 처발라 그린 동기가 충분했다. 호박꽃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뒤영벌(호박벌) 소리가 한겨울 싸락눈 쌓이던 장독 뚜껑 위의 눈오는 밤의 소리도 기억난다.

글(文) 2018.09.12